미국 창작 일자리 20만 개 감소, AI 탓은 얼마일까

미국 창작 일자리 20만 개 감소, AI 탓은 얼마일까

AI와 일자리 논쟁은 몇 년째 결론이 안 난다. "줄어든다"와 "오히려 늘어난다"가 번갈아 헤드라인을 차지하는 동안, 숫자로 꽤 크게 드러난 곳이 하나 생겼다. 미국의 미디어, 영화, 예술 업종이다. 경제 뉴스레터 Apricitas Economics의 Joseph Politano가 9월 27일에 쓴 분석을 읽고 숫자를 하나씩 따라가 봤다.

무슨 일이 있었나

Apricitas 분석을 간추리면 이렇다.

  • 미국 '창작' 산업에서 최근 4년 동안 일자리가 20만 개 넘게 줄었다. 그중 약 5만 개는 최근 1년 사이에 사라졌다.
  • 이 정도 세기로 이렇게 오래 줄어든 적은 2001년과 2008년 경기 침체 때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전반적인 불황이 아니다.
  • 감소 속도는 1년에 5만 개 안팎으로 꾸준하고, 최근 몇 달은 더 빨라졌다.

가장 크게 맞은 곳은 할리우드다. 영화와 TV 업종은 4년 동안 일자리 10만 개 넘게 잃었다. 업종 전체의 거의 3분의 1이다. 올여름 저점은 2008년 침체 이후 가장 낮았고, 30년 만의 최저에 가까웠다.

미국 노동부 통계를 인용한 WSJ 보도(California Post 경유, 2026-04-02)를 보면 영화와 음반 업종 일자리는 2022년 7월 정점에 45만5000개를 넘었다. 그러다 2026년 3월에는 34만4000개까지 내려왔다.

왜 줄었나: AI만 탓하기 어렵다

글쓴이도 AI 때문에 없어진 일자리만 따로 세는 건 "매우 어렵다"고 인정한다. 사정은 이렇다. 미디어 회사들은 AI를 얼마나 쓰는지 잘 밝히지 않는다. 여론의 반발도 걱정이지만, 돈으로 따지면 저작권의 법적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게다가 같은 시기에 겹친 원인이 AI 말고도 여럿 있다.

원인 내용 출처
해외 제작 전 세계 제작에서 미국 비중 52%→38% IATSE(촬영 스태프 노조)
세금 혜택 경쟁 캐나다, 헝가리 등 해외가 세금 혜택으로 제작을 끌어감 California Post
시청 이동 유튜브, 틱톡 같은 무료 콘텐츠로 시청 시간 이동 Apricitas, California Post
업계 통합 할리우드 회사들의 합병, 통합 Apricitas
2023년 파업 작가와 배우 파업 California Post
생성형 AI 제작 과정 곳곳에 스며듦 Apricitas

애덤 시프 상원의원은 2026년 3월 청문회에서 LA 카운티가 2년 동안 엔터테인먼트 일자리 4만2000개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글쓴이가 AI 쪽 증거로 드는 게 하나 있다. 디지털 예술은 세부 업종이 전부 일자리를 잃었는데, 직접 가서 보는 공연과 오락은 꾸준히 늘었다. 내가 보기엔 해외 제작이나 파업만으로는 이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화면으로 전달되는 것만 골라서 줄었으니, AI가 영향을 줬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정황일 뿐 증명은 아니다.

숫자로 보기

노동부 숫자로 줄어든 폭을 직접 계산해 봤다.

(344,000 − 455,000) ÷ 455,000 ≈ −24.4%

같은 보도에 "영화·TV 고용 30% 감소"라는 숫자도 나온다. 기사에는 이 30%를 어떤 업종 범위로 셌는지 나오지 않는다. 업종을 어디까지 묶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지니, 비교할 때는 업종 범위부터 확인해야 한다.

20만 개를 업종별로 대충 나누면 이렇다(Apricitas 분석 기준, 나머지는 내 계산).

업종 4년간 감소
영화, 음반(할리우드 포함) 전체의 거의 절반, 약 10만 개
출판 7만 개 이상
그 밖(방송, 스트리밍, 그래픽 디자인 등) 대략 3만 개

매출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2025년 영화 티켓 매출은 2019년 정점보다 25% 낮았고, 케이블 매출은 정점보다 18% 낮았다. 둘 다 물가를 반영하기 전 숫자다. 스트리밍 매출은 이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역사로 보기: 음악은 버텼고, 신문은 무너졌다

이번 분석에서 제일 오래 붙잡고 읽은 대목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한 부분이다.

음악. 2000년 무렵 메탈리카는 냅스터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이겼다. 그래도 흐름은 막지 못했다. 당시 앨범 한 장이 15달러였는데, 지금은 그 돈이면 거의 모든 음악을 한 달 동안 마음껏 듣는다. 음반으로 버는 돈이 줄자 음악은 공연과 굿즈를 알리는 광고처럼 바뀌었다. 투어는 길어지고 티켓값은 올랐다. 공연이라는 버팀목이 있어서 음악 산업은 살아남았다.

신문. 최악은 신문이다. 미국 신문사는 한때 약 50만 명을 고용했다. 석유 산업 전체보다 많은 숫자였다. 지금은 85% 가까이 줄었고, 계산해 보면 7만5000명 안팎이다. 그마저 아직 줄고 있다. 잡지사는 90년대 이후 직원 66%를, 출판사는 40%를 내보냈다. 스포츠 결과, 주가, 날씨처럼 신문 한 부에 묶여 있던 정보가 제각각 다른 사이트로 흩어지면서 사업 모델 자체가 무너졌다.

영화. 할리우드는 음악과 반대로 극장에서 집 안으로 옮겨 갔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음악의 공연처럼 기댈 곳이 없다. 극장 매출이 정점보다 25% 낮다는 숫자가 그 사정을 보여 준다.

반대 사례도 있다. 미국 책 판매는 최근 6년 동안 70% 늘었다. 틱톡의 'BookTok'이 판매를 끌어올렸다. 짧은 영상 앱이 종이책을 살릴 거라고 미리 내다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AI가 뜻밖에 살려 낼 예술도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내 생각: 개인 투자자로서, 그리고 개발자로서

투자자로서 이 숫자를 읽으면, 미디어 기업을 볼 때 "AI 덕분에 비용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경쟁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원문에도 그런 질문이 나온다. 대형 스튜디오가 AI를 참는다 해도, 거리낌 없이 AI를 쓰는 수많은 개인 크리에이터와 언제까지 경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공연, 테마파크처럼 현장에서 버는 매출의 크기가 버티는 힘을 가를 수 있겠다고 본다. 물론 이건 내 해석이다.

개발자로서는 이 대목에서 스크롤하던 손이 멈췄다. Apricitas에 따르면 테크 업종은 2022년 한 해에 일자리가 30만 개 가까이 늘었는데, 그 뒤로 해마다 줄어 지금은 가장 긴 고용 침체를 겪고 있다. 남의 동네 이야기인 줄 알고 읽다가 주소를 다시 확인하게 되는 기분이다. 다음은 우리 차례일까.

다만 내가 보기엔 테크 쪽은 미디어보다 원인을 가려내기가 더 어렵다. 금리 변화나 팬데믹 무렵 채용 붐이 끝난 영향 같은 것과 코딩 도구가 좋아진 영향이 한데 섞여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처럼 '디지털은 줄고 현장은 늘었다'는 깔끔한 대비가 테크에는 아직 없다.

균형을 위해 원문의 다른 숫자도 적어 둔다. 글쓴이는 이 몇몇 좁은 업종을 벗어나면 AI 때문에 밀려난 일자리는 아직 비교적 적다고 본다. 미국 실업률은 4년 전보다 높지만 2010년대 평균보다는 낮고, 법률과 엔지니어링 회사는 오히려 사람을 많이 뽑았다. 예술, 오락, 여가 업종 종사자 중 생성형 AI를 어느 정도라도 쓰는 사람은 약 32%로, 전체 산업 평균 62%보다 낮다. AI를 덜 쓰는 업종에서 일자리가 먼저 크게 줄었다는 점도 곱씹어 볼 만하다.

AI 회사들의 선택도 눈에 띈다. 글쓴이에 따르면 Anthropic은 이미지, 영상, 음악 생성을 사실상 하지 않았다. 수학이나 과학 문제에 AI를 쓰는 것보다 얻을 게 적다고 봤기 때문이다. OpenAI는 영상 서비스 Sora를 접었는데, 한정된 컴퓨팅을 짧은 합성 영상 만드는 데 쓰기보다 다른 곳에 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림, 영상 생성은 주로 더 작은 모델을 돌리는 다른 회사들이 맡고 있다는 것이다. 내 해석으로는, 창작 업종 일자리가 준 건 큰 AI 회사들이 정면으로 노린 결과라기보다 곁가지 효과에 가깝다. 나는 오히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인다. 코딩은 큰 AI 회사들이 정면으로 겨냥하는 분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리

  • 미국 창작 산업은 4년 동안 일자리 20만 개 넘게 잃었다. 불황이 아닌데도 2001년, 2008년 침체 때와 맞먹는 감소 폭이다.
  • 할리우드(영화, 음반)가 그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노동부 기준으로 45만5000개에서 34만4000개로 약 24% 줄었다.
  • 해외 제작, 무료 영상 플랫폼, 파업, 업계 통합이 함께 작용해서 AI만 탓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디지털은 줄고 현장 공연은 늘었다'는 대비가 AI 영향을 보여 주는 가장 뚜렷한 정황이다.
  • 음악은 공연으로 버텼고 신문은 85% 가까이 사라졌다. 영화에는 공연 같은 버팀목이 없다.
  • 테크 일자리도 2022년 이후 계속 줄고 있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아직은 일부 업종의 일이다.

원문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AI가 투자자들이 건 "trillions of dollars"를 정당화할 만큼 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면, 이런 충격은 "will only spread from here"라는 것이다. 지금은 미디어가 가장 먼저 맞았을 뿐이다. 개발자인 나도 남의 일로만 볼 수는 없다.

이 글은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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