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은 양자로 포트폴리오를 짰고 돈은 ATM이 아꼈다

"은행이 양자컴퓨터로 돈을 번다"는 말은 몇 년째 들었다. 매년 들으니 이제는 연말 덕담처럼 들린다. 그래서 IEEE Quantum Week 2026(토론토)의 금융 발표 정리 글을 열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찾은 건 딱 하나였다. 실제로 돈을 아낀 사례가 있었나.
있긴 했다. 그런데 그 사례에는 양자컴퓨터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9월 17일, JP모건체이스의 Ruslan Shaydulin이 오류 정정으로 보호한 큐비트(논리 큐비트)로 포트폴리오 최적화 문제를 돌린 결과를 발표했다. 좌장은 딜로이트의 Mekena McGrew가 맡았다. 이 워크숍에 이런 연구가 올라온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참고로 JP모건은 2017년부터 양자 연구에 돈을 대 왔다.
실험 내용은 이렇다(학회 발표 기준).
- 자산 12개짜리 포트폴리오 문제를 논리 큐비트 12개로 풀었다.
- 논리 큐비트 12개는 퀀티뉴엄 하드웨어의 물리 큐비트 97개로 만들었다. Steane 코드를 써서 물리 큐비트 7개에 논리 큐비트 1개를 담는다.
- 원 논문(arXiv:2603.04584, 2026-03-04)은 퀀티뉴엄 H2와 Helios에서 QAOA와 HHL 알고리즘을 오류 정정 부품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실행했다고 밝힌다. 저자들은 이 결과를 "손익분기 근처(near break-even)"라고 표현했다.
이 학회의 금융 발표에는 IBM,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웰스파고, 캐나다은행, HSBC 쪽도 줄줄이 나왔다. 정리 글의 결론은 짧았다. 어떤 하드웨어 실행도 고전 방식을 분명히 이기지 못했다. (캐나다은행은 샌드박스에서 양자 최적화기가 공들여 조정한 고전 방식을 한 달치 실제 결제 데이터로 앞섰다고 했지만, 발표자 스스로 한 달짜리이고 실사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못 박았다.)
왜 이게 이정표인가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거칠게 말하면 이런 문제다. 기대수익은 키우고 위험(분산)은 줄이는 자산 비중 $w$를 찾는다.
$$ \max_{w}\; \mu^\top w \;-\; q\, w^\top \Sigma\, w $$
여기서 $\mu$는 기대수익, $\Sigma$는 공분산, $q$는 위험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나타내는 값이다. 자산을 넣을지 뺄지를 0과 1로 고르기 시작하면 조합 수는 $2^n$으로 불어난다. 양자컴퓨터가 노리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걸림돌은 잡음이다. 지금의 양자 칩은 계산하는 도중에 오류가 쌓인다. 오류 정정은 이 오류를 잡아 주는 보호 장치다. 문제는 보호 장치를 달면 회로가 훨씬 커지고, 커진 만큼 오류가 날 자리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오랫동안 "보호 장치를 단 칩이 보호 없는 칩보다 나빠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 JP모건 팀은 보호하지 않은 부품을 회로에서 모두 걷어 내는 데만 2년을 썼다고 한다.
숫자로 보기
성공률 비교 (자산 12개, 학회 발표 기준)
| 실행 방식 | 성공률 | 완벽한 기계 대비 |
|---|---|---|
| 잡음 없는 완벽한 기계(이론값) | 0.1821 | 100% |
| 보호하지 않은 칩 | 0.136 | 약 74.7% |
| 오류 정정으로 보호한 칩 | 0.131 | 약 71.9% |
보호한 쪽이 오히려 0.005 낮다. 비율로 치면 0.005 ÷ 0.136 ≈ 3.7% 차이다. 한마디로 보호 장치를 단 칩이 이제야 그냥 칩과 비슷해졌다. 헬멧에 무릎 보호대까지 차고 달렸더니 맨몸으로 뛴 사람과 기록이 비슷하게 나온 셈이다. 이번 이정표는 딱 이 정도다. 층을 두 개로 늘리자 성공률은 0.034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답이 최선에 얼마나 가까운지 보는 점수(근사 비율)는 무작위로 찍는 것보다 나았다.
더 작은 시험(논리 큐비트 8개)에서는 보호한 쪽이 조금 높았다.
| 항목 | 보호 없음 | 보호 있음 | 변화 |
|---|---|---|---|
| 게이트 수 | 49 | 735 | 15배 |
| 성공률 | 0.102 | 0.108 | +0.006 |
게이트를 15배로 늘려서 성공률을 0.006 올렸다. 오류 정정이 얼마나 비싼 장치인지 이 표 하나면 감이 온다.
실용까지 남은 거리 (내 어림 계산)
Shaydulin은 포트폴리오 추적 문제가 고전 컴퓨터에게 버거워지는 시점을 변수 수백 개쯤으로 봤다. 이번 실험의 비율(97 ÷ 12 ≈ 8.1)을 300개에 그대로 늘려 보면 이렇다.
논리 큐비트 300개 × 8.1 ≈ 물리 큐비트 2,400개
이건 가장 낙관적인 하한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로가 깊어지면 오류율이 더 낮아야 하고, 그러려면 논리 큐비트 하나에 들어가는 물리 큐비트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금은 12개짜리에서도 성공률(0.131)이 이론값(0.1821)에 못 미친다. 내가 보기엔 큐비트 수보다 품질에서 먼저 막힌다.
다른 발표들
- IBM: 자산 100개를 큐비트 100개로 돌려 고전 기준 곡선 면적의 99.58%(수익-분산), 99.54% 이상(CVaR)을 지켰다. 수치만 보면 좋다. 다만 회로 설정을 고전 컴퓨터로 학습하는 데 CPU 2,692시간이 들었다. 코어 하나로 치면 약 112일이다.
- 아메리칸익스프레스: IBM 큐비트 최대 101개로 만든 특징을 고객 약 459,000명의 부도 예측 모델에 섞었다. 개선 폭은 9~41bp였고, 연구팀 스스로 오차 범위 수준이라고 했다.
- 웰스파고: 모델이 노트북에서 돌았다.
반전: 돈을 아낀 건 양자 '아이디어'였다
이번 학회 금융 발표에서 실제 운영에서 비용을 줄인 사례는 이탈리아 인테사 산파올로 하나뿐이었다. Valeria Zaffaroni가 발표한 '양자에서 영감을 받은(quantum-inspired)' 일정 프로그램이 ATM 약 900대의 현금 보충 시점을 정한다. 2025년 2월부터 2026년 1월까지 1년 동안 현금 비용을 12.7% 줄였다. 돌린 곳은 은행의 평범한 서버였다. 양자컴퓨터는 한 대도 쓰지 않았다.
도입 순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 시기 | 규모 | 방식 |
|---|---|---|
| 2023년 12월 | ATM 276대 | 4개월 시험 |
| 2024년 7월 | 약 50대 | 대조군과 나란히 운영 |
| 2024년 11월 | 약 900대 | 확대 |
작게 시험해 보고, 대조군을 옆에 두고 비교한 다음에 넓혔다. 개발자 눈에는 교과서 같은 배포 순서다. 이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금융혁신상(AIFIN) 운영 및 IT 부문 1위를 받았다. 정리 글의 한 줄이 이 상황을 정확히 요약한다. "Quantum ideas are paying banks before quantum machines do."(Quantum Zeitgeist)
내 생각: 개인 투자자로서 볼 지점
개발자로서 이번 발표는 솔직히 재미있었다. 오류 정정 부품만으로 알고리즘을 끝까지 돌린 건 분명한 기술적 진전이다. 그런데 투자자 자리로 옮겨 앉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돈이 되는 순간이 왔다는 소식으로 읽히지 않는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는 소식에 가깝다.
그래서 양자 관련 뉴스를 볼 때 나는 이제 세 가지를 확인하려 한다.
- 고전 방식보다 분명히 나았나. "양자로 했다"와 "양자라서 더 나았다"는 다른 말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하드웨어 기준으로 후자가 하나도 없었다.
- 오차 범위 안인가. 아멕스의 9~41bp처럼 숫자가 있어도, 연구팀이 오차 범위라고 하면 의미 있는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
- 숨은 고전 비용은 없나. IBM의 CPU 2,692시간처럼, 양자 쪽 성적표 뒤에서 고전 컴퓨터가 큰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테사 산파올로 사례는 반대쪽 힌트를 준다. 양자 연구에서 나온 알고리즘 아이디어가 지금 당장 평범한 서버에서 돈을 아끼고 있다. 이름에 '퀀텀'이 붙었다고 다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기계를 파는 쪽인지, 아이디어를 가져다 쓰는 쪽인지 나눠서 봐야 한다.
정리
- JP모건이 오류 정정한 논리 큐비트 12개(물리 97개)로 포트폴리오를 짰고, 성공률은 보호 없는 칩과 거의 같았다(0.131 대 0.136).
- 실패로 볼 결과는 아니다. 이 분야의 이정표다. 다만 실용 규모(변수 수백 개)까지는 아직 멀다.
- 학회에서 실제로 비용을 줄인 사례는 양자컴퓨터 없이 돌아간 인테사 산파올로의 ATM 프로그램(−12.7%)뿐이었다.
- 양자 뉴스는 "고전보다 분명히 나았나", "오차 범위 안인가", "숨은 고전 비용은"으로 걸러 보면 된다.
이 글은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출처
- Quantum Computing In Finance At IEEE Quantum Week 2026 (Quantum Zeitgeist, 2026-10-20)
- JP Morgan Chase And Quantinuum Get Fault-tolerant Algorithms Running (Quantum Zeitgeist)
- Fault-tolerant execution of error-corrected quantum algorithms (arXiv:2603.04584, 2026-03-04)
- Financial Innovation Italian Awards AIFIN (Intesa Sanpaolo 뉴스룸,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