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개인 손실 6조원, 숫자로 뜯어봤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하루 수익률의 2배로 따라가는 상품이 나왔을 때 나도 호가창을 한참 들여다봤다. 결국 사지는 않았다. 솔직히 지혜가 있어서라기보다 겁이 많아서였다. 그런데 두 달 반 만에 개인투자자 손실이 6조원을 넘었다는 숫자를 보니 그때 고민이 다시 떠올랐다. 이번 글에서는 이 숫자를 쪼개 본다. 오래 들고 있을수록 불리해지는 구조도 직접 계산해 본다.
무슨 일이 있었나
전자신문 보도(2026-10-21)에 따르면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료를 받아 모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P가 출시된 2026-05-27부터 08-14까지 개인투자자 손실은 모두 6조3130억원이었다. 8월 14일 기준으로 매매 손익과 평가 손익을 더한 숫자다.
- 실제로 팔아서 확정된 손실은 2조3242억원이다.
- 아직 들고 있는 상품의 평가손실은 3조9888억원이다.
- 이 기간 한 번이라도 거래한 개인 계좌는 54만6000개다.
이달 중순까지 기사에 오르내린 '개미 2조 손실'은 확정손실만 센 숫자였다. 평가손실까지 더하니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번 금감원 국정감사에서도 이 상품이 쟁점으로 꼽혔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6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후회한다"고 말했다(머니투데이, 2026-10-16).
왜 이런 상품이 나왔나
이 상품은 2026년 5월 27일 18종목(ETF 16개, ETN 2개)이 한꺼번에 상장했다. 상장 예정 규모는 4조3227억원이었다(SBS Biz, 2026-05-22).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하루 수익률의 2배를 따라가는 레버리지 상품이 중심이고, 인버스 상품도 함께 나왔다.
머니투데이 보도를 보면 도입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해외 주식으로 나간 '서학개미'를 국내 시장으로 불러들여 환율을 안정시키고, 투자자가 고를 상품을 늘리는 것이다. 의도는 이해한다. 내가 보기에 문제는 하루 단위로 설계된 상품에 장기 보유 자금이 몰려들었다는 데서 커졌다.
숫자로 보기
먼저 6조3130억원을 계좌와 나이대로 나눠 봤다. 원문 숫자를 바탕으로 내가 계산한 값이다.
| 구분 | 계좌 수 | 손실 | 계좌당 평균 |
|---|---|---|---|
| 전체 | 54만6000 | 6조3130억원 | 약 1,156만원 |
| 40대 | 16만5200 | 2조530억원 | 약 1,243만원 |
| 50대 | 15만8000 | 1조8655억원 | 약 1,181만원 |
| 30대 | 11만7300 | 1조912억원 | 약 930만원 |
- 30~50대 손실을 더하면 5조97억원이고, 전체의 약 79%다.
- 확정손실은 약 37%, 평가손실은 약 63%다. 아직 팔지 않고 물려 있는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 증권사별로는 키움(1조2870억원)과 미래에셋(1조2576억원) 두 곳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열 곳을 다 더하면 정확히 6조3130억원이 나온다.
같이 볼 숫자가 하나 더 있다. 김재섭 의원실이 금융투자협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장부터 7월 말까지 두 달 동안 이 상품(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16개)으로 증권사가 번 위탁매매수수료는 931억원이다(머니투데이, 2026-10-16). 집계 기간과 범위가 손실 숫자와 달라서 단순히 나눠 볼 수는 없다. 그래도 개인이 잃은 돈과 거래를 중개한 쪽이 번 돈은 자릿수부터 다르다.
음의 복리를 직접 계산해 보기
한국거래소는 출시 때부터 경고했다.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주가가 제자리여도 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고. 이걸 '음의 복리 효과'라고 부른다.
제일 간단한 예부터 보자. 주가가 하루 +10% 오르고 다음 날 -9.09% 내리면 제자리다. 2배 상품은 같은 이틀 동안 +20%, -18.18%를 따라간다.
1.2 × (1 − 0.1818) ≈ 0.9818
주가는 그대로인데 2배 상품만 약 -1.8%다. 오른 폭을 u라 하고 다음 날 정확히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하자. 한 번 오르내릴 때 2배 상품에 남는 비율은 이렇다.
(1 + 2u) × (1 − 2u ÷ (1 + u)) = 1 − 2u² ÷ (1 + u)
u가 0만 아니면 언제나 1보다 작다. 게다가 u²에 비례하니 변동성이 클수록 빨리 깎인다. 하루 변동성을 대략 σ라 하면, 2배 상품은 하루에 σ² 정도씩 덜 버는 셈이다.
아래는 이 계산을 반복해 보는 파이썬 예시 코드다(직접 돌려 본 코드가 아니라 예시이고, 표의 숫자는 위 식으로 손으로 계산했다).
# 예시: 주가가 +u, 제자리 복귀를 n번 반복할 때 2배 상품의 가치
def lev_after_cycles(u, n, lev=2):
down = -u / (1 + u) # 제자리로 돌아오는 하락률
value = 1.0
for _ in range(n):
value *= (1 + lev * u) * (1 + lev * down)
return value
for u in (0.05, 0.10):
print(u, round(lev_after_cycles(u, 10), 4))
| 하루 등락 | 반복 횟수(거래일) | 주가 | 2배 상품 |
|---|---|---|---|
| ±5% 안팎 | 10번(20일) | 제자리 | 약 -4.7% |
| ±10% 안팎 | 10번(20일) | 제자리 | 약 -16.8% |
주가는 한 달 남짓 출렁이기만 했다. 그 사이 2배 상품은 17% 가까이 빠질 수 있다. 반도체 대형주가 매일 10%씩 움직이는 일은 드물다. 그래도 올해처럼 변동이 큰 장에서는 이 손실이 금방 쌓인다.
왜 개인에게 손실이 몰렸나
서울신문이 5/27~7/10 거래를 분석한 결과(2026-07-13 보도)에 힌트가 있다.
- 거래의 약 90%가 분석 시점 가격보다 높은 값에서 이뤄졌다. RIS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그 비율이 96.21%였다.
- 인버스를 뺀 레버리지 12개 상품 모두 평균 매수 단가가 그때 가격보다 30% 넘게 높았다.
- 장 마감 뒤에도 들고 있는 투자자의 약 85%가 개인이었다(이준서 동국대 교수). 외국인은 하루 회전율이 200%일 만큼 이 상품을 그날그날 청산했다고 한다.
외국인은 하루짜리 상품을 하루짜리로 썼고, 개인은 들고 버텼다. 여기에 장 마감 무렵 비중을 다시 맞추는 리밸런싱이 오를 때 더 사고 내릴 때 더 팔게 만든다. 서울신문은 이 구조가 기초 종목의 상승과 하락을 모두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내 생각: 개인 투자자로서 볼 지점
첫째, 상품 설명서에 적힌 '하루'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읽어야 한다. 2배는 하루 수익률의 2배이지, 한 달이나 일 년 수익률의 2배가 아니다. 위 계산처럼 방향을 맞혀도 가는 길이 출렁이면 돈이 샌다.
둘째, 평가손실 63%라는 숫자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언젠가 오르겠지" 하고 버티는 전략은 개별 주식에서는 통할 때가 있다. 하루 단위로 리셋되는 상품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버티는 동안에도 변동성 비용이 꾸준히 쌓인다.
셋째, 거래 비용을 따로 봐야 한다. 이런 상품은 자주 사고팔게 만들고, 그때마다 수수료가 나간다. 들고 있는 동안에는 총보수와 기타비용도 빠져나간다. 사기 전에 상품 설명서에서 이 숫자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넷째, 이번 손실은 8월 14일 기준이다. 그 뒤로 코스피가 크게 오르내렸으니 지금 손익은 이 숫자와 다를 수 있다. 나는 이 숫자 하나로 상품 전체를 판단하기보다 구조를 이해하는 재료로 쓰려고 한다.
정리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P 출시 뒤 두 달 반(5/27~8/14) 동안 개인 손실은 6조3130억원이고, 그중 63%가 아직 팔지 않은 평가손실이다.
- 계좌당 평균은 약 1,156만원이고, 30~50대가 손실의 약 79%를 차지한다.
- 2배 상품은 주가가 제자리여도 오르내림만으로 원금이 줄어든다. 변동성이 클수록 더 빨리 줄어든다.
- 외국인은 그날그날 정리했고, 장 마감 뒤에도 들고 있던 쪽은 대부분 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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