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뒤집힌 코스피와 매수 사이드카를 숫자로 보다

하루 만에 뒤집힌 코스피와 매수 사이드카를 숫자로 보다

전날 3.73% 빠진 시장이 하루 만에 반대쪽 브레이크를 밟았다. 10월 21일 오전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에 매수 사이드카를 걸었다. 8월 20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헤드라인은 "삼전닉스 7% 급등"이었다. 그런데 헤드라인은 늘 그날 제일 신났던 순간을 찍는다. 장 마감 뒤 숫자를 다시 펼쳐 보니 분위기가 한결 차분했다. 나는 그 차이가 이번 반등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해서 숫자를 하나씩 맞춰 봤다.

무슨 일이 있었나

  • 10월 20일(화): 코스피가 3.73% 급락했다. 21일 종가에서 거꾸로 계산하면 전날 종가는 5552.74다.
  • 10월 21일(수) 09:00: 5666.34(+2.05%)로 갭 상승 출발했다. 장중 저점은 5630.14였다.
  • 10:51께: 코스피200 선물이 904.84까지 올랐다. 전일 기준가 859.90보다 5.22% 높은 값이다. 이 상태가 1분 넘게 이어지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 장중 고점: 5816.43으로 +4.7% 안팎까지 올랐다.
  • 13:10: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5694.27(+2.55%)까지 밀렸다.
  • 15:30 종가: 5735.66, +182.92포인트(+3.29%). 코스닥은 792.76(+1.38%)으로 마쳤다.

종목별로 보면 이렇다(한국경제, 이투데이, 서울신문).

종목 오전 장중 종가 차이
삼성전자 22만7500원 (+7.57%, 11:05) 22만3500원 (+5.67%) −4000원
SK하이닉스 132만8000원 (+8.59%, 11:05) 129만4000원 (+5.81%) −3만4000원
코스피 5816.43 (장중 고점) 5735.66 (+3.29%) −80.77p

"7% 급등"은 오전 10시 50분 무렵의 숫자다(한국경제 기준 삼성전자 +7.21%, SK하이닉스 +7.60%). 종가로는 두 종목 모두 5%대 상승이다. 물론 5%대도 크게 오른 날이다. 다만 헤드라인만 보고 들어간 사람과 종가를 본 사람이 느끼는 온도는 꽤 다르다.

사이드카는 정확히 뭘 멈추나

매수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보다 5% 넘게 오른 상태로 1분 넘게 버틸 때 걸린다. 이번 조건을 계산식으로 쓰면 이렇다.

문턱: 859.90 × 1.05 ≈ 902.90 → 발동 당시 904.84 (+5.22%)

문턱인 902.90을 넘은 값이 1분 넘게 버텼다. 그래서 프로그램 매수 호가의 효력을 5분 동안 멈췄다. 멈추는 대상은 프로그램 매수 호가다. 지수가 크게 빠질 때 시장 전체 매매를 세우는 서킷브레이커와는 성격이 다르다. 사이드카는 기계가 쏟아내는 주문만 잠깐 붙잡아 두는 장치다. 이름은 거창해도 이번 사이드카가 시장을 세운 건 아니다. 달아오른 선물 쪽에 5분 쉬는 시간을 준 정도로 보면 된다.

왜 올랐나: 태평양 건너 연결고리

불을 붙인 건 미국 AI 서버 회사 슈퍼마이크로였다. 10월 20일 미국 장이 끝난 뒤 9월 분기 잠정 실적을 미리 내놨다(investingLive).

항목 기존 전망 새 전망
매출 145억~155억달러 185억~195억달러
매출총이익률 10.4~10.8% 12~12.5%
시장 예상 매출 (FactSet) 약 150억달러

중간값끼리 비교하면 150억달러에서 190억달러로 40억달러가 늘었다. 새 범위 중간값이면 매출이 1년 전보다 280% 가까이 늘어난다. 슈퍼마이크로 주가는 시간외에서 14% 올랐고 델(+6%)과 HPE(+5%)도 따라붙었다.

여기서부터는 내 해석이다. AI 서버가 예상보다 많이 팔렸다면 서버마다 들어가는 HBM과 메모리 수요도 그만큼 기대할 수 있다. 그 기대가 바다를 건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로 옮겨붙었다고 본다. 이투데이는 슈퍼마이크로와 스페이스X의 실적 호조로 "AI 수요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났다"는 데까지만 말한다. 재밌게도 10월 20일 뉴욕 정규장에서 반도체주는 오히려 약했다(마이크론 −0.98%, 엔비디아 −0.29%, 전남일보). 그래서 나는 국내 반등에 정규장이 끝난 뒤 나온 슈퍼마이크로 소식이 크게 작용했다고 읽는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여기에 몇 가지를 더 들었다(한국경제). 전날 급락 뒤 들어온 기술적 매수세, 그리고 유가와 금리 부담 완화다. 간밤 WTI는 1.80% 내린 배럴당 101.79달러였고(전남일보), 21일 원달러 환율은 1325.2원으로 마감해 4거래일 연속 내렸다(원화 강세, 서울신문).

숫자로 보기: 누가 샀나

10월 21일 종가 기준 수급(서울신문)이다.

주체 순매수
외국인 +6600억원
개인 −1조1308억원
기관 −722억원
프로그램 전체 +7193억원 (비차익 +8731억, 차익 −1538억)

여기서 눈에 걸리는 숫자가 세 개 있다.

  1. 기관이 장중에는 샀고 마감 때는 팔았다. 오전 10시 50분에는 +2543억원이었는데(한국경제) 종가 기준으로는 −722억원이다. 장중 수급 기사만 믿고 판단하면 이런 반전을 놓친다.
  2. 오른 종목보다 내린 종목이 많았다. 상승 372개, 하락 490개다. 지수는 3% 넘게 뛰었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대형주 몇 개가 지수를 들어 올린 날에 가까웠다. 같은 날 LG에너지솔루션(−0.60%)과 현대차(−0.16%)는 내렸다.
  3. 거래대금이 줄었다. 이날 17조1666억원으로, 지난주 하루 평균 23조원대(이투데이)보다 4분의 1가량 적다. 이투데이에 따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는 순매수로 돌아서는 모습이지만 SK하이닉스는 계속 팔고 있다.

내 생각: 개인 투자자로서 볼 지점

이날을 "반등"이라고 부르는 건 맞다. 그런데 "추세 전환"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이투데이에 따르면 10월 20일 종가 5552.74는 6월 22일 최고점 9114.55보다 39.1% 낮다. 21일 종가 5735.66으로 계산해도 여전히 최고점보다 약 37% 아래다. 하루 3.29%로는 그 거리의 일부만 메웠다.

그래서 내가 따로 적어 둔 건 이렇다.

  • 헤드라인 숫자와 종가를 나눠 본다. 삼성전자를 오전 11시 5분 가격(22만7500원, +7.57%)에 산 사람은 종가(22만3500원) 기준으로 그날 바로 약 1.8% 손실을 안았다. 사이드카 뉴스가 뜰 즈음이면 이미 많이 오른 뒤다.
  • 반등의 폭보다 넓이를 본다. 내린 종목이 더 많고 거래대금까지 줄어든 반등은 몇몇 종목에 기댄 반등이다.
  • 다음 확인 지점은 날짜가 잡혀 있다. 슈퍼마이크로 정식 실적은 11월 3일에 나온다(investingLive). 매출에서 대형 클라우드와 코어위브 같은 신생 AI 클라우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 비중이 나와야 이번 기대가 얼마나 단단한지 가늠할 수 있다.

개발자로서 하나 덧붙인다. 사이드카는 결국 "알고리즘 주문이 한 방향으로 몰리면 5분 쉬게 한다"는 규칙이다. 우리한테 익숙한 레이트 리미터와 닮았다. 요청을 막는 게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장치다. 그러니 사이드카가 걸렸다는 사실 하나로 방향을 점치지는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정리

  • 10/21 코스피는 장중 +4.7%까지 올라 매수 사이드카(두 달 만)를 부른 뒤 +3.29%(5735.66)로 마쳤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7%대에서 종가 5%대로 오름폭을 줄였다.
  • 계기는 슈퍼마이크로의 매출 전망 상향(중간값 기준 +40억달러)이었다.
  • 외국인 순매수, 개인 순매도, 하락 종목 우위, 거래대금 감소가 함께 나타났다. 다음 확인 지점은 11월 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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