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모델Y만 FSD가 안 되는 이유, 국감에서 나왔다

중국산 모델Y만 FSD가 안 되는 이유, 국감에서 나왔다

솔직히 처음엔 하드웨어 문제인 줄 알았다. 같은 모델Y인데 어떤 차는 FSD가 켜지고 어떤 차는 안 켜진다고 하면, 개발자 머리는 칩이나 카메라 세대 차이부터 의심한다. 버그 리포트를 받으면 일단 기기 사양부터 묻는 버릇이 있어서다. 그런데 2026년 10월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답은 전혀 달랐다. 기능을 켜고 끄는 건 차의 성능이 아니었다. 차가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져서 어떤 인증 경로를 탔는지가 정하고 있었다. 원인을 따라가 보니 사양이 아니라 출생지였던 셈이다. 그리고 그 경로를 열려면 테슬라가 정부에 검증을 신청해야 하는데, 신청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국내에 등록된 테슬라가 23만 대를 넘으니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차를 가진 사람이든 살까 고민 중인 사람이든 알아 두면 쓸모 있는 구조라서 정리해 둔다.

국감에서 무슨 말이 나왔나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차종인데 생산 국가에 따라 FSD를 쓸 수 있는지가 갈리는 문제를 짚었다. 증인으로 나온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는 FSD 안전성 시험을 국토교통부 등에 공식으로 신청한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제도와 절차가 마련되면 적극 협조하겠다고는 했다. 하지만 언제 신청할지, 언제 기능을 넓힐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정부 쪽 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FSD를 따로 시험하거나 평가한 실적이 없고, 앞으로의 검증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 박준형 국장은 검증을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신청하는 쪽도 받는 쪽도 움직이지 않았다. 서로 상대가 먼저 연락하길 기다리는 단톡방 같은 상황이다.

핵심: 같은 차, 다른 인증 경로

미국산이 되는 이유는 한미 FTA에 있다. 미국에서 만든 차는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그대로 인정받는 특례를 적용받는다. 중국산에는 이런 특례가 없다. 그래서 국내 안전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FSD에 대해서는 그 검증을 아무도 거치지 않았다. 흐름으로 그리면 이렇다.

[차량 생산지]
   ├─ 미국 ──▶ 한미 FTA 특례 ──▶ 미국 안전기준 인정 ──▶ FSD 사용 가능
   └─ 중국 ──▶ 특례 없음 ─────▶ 국내 안전기준 필요 ──▶ 검증 신청 없음 ──▶ FSD 제한

여기서 묘한 반전이 생긴다. 2026년 7월 10일에는 구형 하드웨어 HW3에서도 돌아가는 FSD V14 라이트가 국내에 배포됐는데, 대상은 미국산 모델3·모델Y 중 FSD 옵션을 켠 차로 한정됐다. 하드웨어가 더 오래된 미국산 차는 되고, 더 새로운 중국산 차는 안 된다. 성능 순서와 권한 순서가 거꾸로 서 있다.

개발자에게는 낯익은 그림이다. 기능 플래그를 기기 성능이 아니라 '규제 지역'이나 '인증 상태'에 거는 것과 같다. 아래는 구조를 설명하려고 쓴 예시 코드다. 테슬라의 실제 코드가 아니고 직접 돌려 본 것도 아니다.

# 예시: 기능 권한을 하드웨어가 아니라 인증 경로로 판단하는 구조
def fsd_allowed(car, market="KR"):
    if market != "KR":
        return check_other_market(car)

    # 하드웨어 성능은 여기서 거의 묻지 않는다
    if car.made_in == "US":
        return True  # FTA 특례: 미국 안전기준 인정
    # 중국산 등: 국내 안전기준 검증을 통과해야 함
    return car.model in KR_VERIFIED_MODELS  # 지금은 비어 있음

KR_VERIFIED_MODELS = set()  # 검증 신청 자체가 없었다

KR_VERIFIED_MODELS가 빈 집합인 이상, 중국산 차의 칩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는 False다. 이 집합을 채우는 건 OTA 업데이트가 아니다. 검증 신청과 심사다.

숫자로 보기

테슬라코리아가 국감에 낸 자료(2026년 9월 말 기준)를 정리하면 이렇다.

구분 대수 비율
국내 등록 테슬라 전체 238,968 100%
FSD 사용 가능 53,477 22.4%
FSD 제한 185,491 77.6%
└ 그중 중국산 모델3·모델Y 183,407 제한 차량의 약 98.9%
모델Y 전체 170,178 —
└ 모델Y 중 제한 152,409 약 89.6%

모델Y만 보면 사용 가능한 차는 170,178 − 152,409 = 17,769대, 비율로 17,769 ÷ 170,178 ≈ 10.4%다. 10대 중 1대꼴이다.

집계마다 숫자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짚고 가자.

출처 기준 시점 FSD 사용 가능
테슬라코리아 제출 자료 2026년 9월 말 53,477대 / 238,968대 (22.4%)
서영득 대표 국감 발언 2026-10-08 약 45,000대 / 약 23만 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2026년 8월 47,458대 / 229,311대 (20.7%)

제출 자료와 대표의 발언 사이에서만 약 8,500대 차이가 난다. 카이즈유 집계는 운행 중인 차가 기준이고, 실제로 쓰는 차가 아니라 '쓸 수 있는 차'를 센 숫자다. 그래도 어느 숫자를 집어 들든 결론은 같다. 국내 테슬라의 5분의 4 정도는 FSD를 못 쓴다.

판이 작은 것도 아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기준으로 2026년 1~9월 테슬라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은 8만9,148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4.4% 늘었다. 이렇게 잘 팔리는데, 팔린 차 대부분이 이 기능에서는 빠져 있다.

진짜 걸림돌은 '책임'이다

이번 국감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은 박 국장의 설명이라고 본다. FSD에 관한 국제기준은 아직 없다. 자율주행 시스템이라면 운전자 개입을 최소화하고 사고가 나면 제작사가 책임진다는 취지인데, 테슬라는 운전자가 책임지는 정책을 유지해 왔고, 그래서 국제기준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FSD의 정식 이름에 '감독형(Supervised)'이 붙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름은 '완전 자율주행'이지만, 실제로는 운전자가 계속 지켜보다가 언제든 개입해야 하는 운전 보조 기능이다. 시스템이 운전 주체가 되는 자율주행과는 책임의 주인이 다르다. 내가 보기엔 규제 쪽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매듭도 이 책임 문제다.

테슬라는 운행 데이터를 근거로 내민다. 제출 자료로는 데이터가 집계된 차가 3만303대, 누적 주행거리는 약 9,180만km다. 서 대표는 국감장에서 1억km를 넘었고, 경미한 사고는 있었지만 유의미한 중대 사고는 보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건 테슬라 측 설명일 뿐, 정부가 따로 검증한 숫자는 아니다.

반대 방향의 지적도 나왔다. 장 의원은 국토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안전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이 지금 기준에 이미 있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제도가 아예 없어서 못 하는 건 아니고, 나 있는 길을 아직 아무도 밟아 보지 않은 셈이다.

해외는 어떻게 했나

네덜란드 도로교통청(RDW)은 시험장과 공공도로에서 1년 반 넘게 평가한 끝에 2026년 4월 FSD를 승인했다. 눈여겨볼 건 승인 그 다음이다. 제조사의 의무 보고 주기를 1년에 한 번에서 매달로 바꿨다. MTN이 로이터를 인용한 보도로는 네덜란드를 포함한 EU 8개국이 따로 승인했고, EU 전체 승인 표결은 빨라도 12월로 전망된다.

'일단 승인하고, 운영 데이터를 매달 받아 보며 지켜보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고 모니터링을 붙이는 것과 꼭 닮았다. 한국은 아직 그 앞 단계, 신청서조차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

내 생각: 사는 사람, 만드는 사람에게

중국산 모델Y를 사려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OTA로 풀리겠지"라는 기대는 잠시 접어 두는 게 맞다. 막고 있는 건 소프트웨어 버전이 아니라 인증 절차다. 2026년 10월 현재 신청 일정도, 정부의 검증 계획도 없다. 네덜란드처럼 평가에 1년 반이 걸린다면, 오늘 당장 신청해도 금방 풀릴 일이 아니다. FSD를 꼭 쓰고 싶다면 생산지부터 확인하자. 참고로 테슬라코리아가 안내하는 월 구독료는 자격을 갖춘 차량 기준으로 기본 오토파일럿에서 올리면 15만원, 향상된 오토파일럿에서 올리면 7만5,000원이다.

개발자로서는 꽤 뼈아픈 교훈이다. 기능을 만드는 일과 그 기능을 켤 권한을 얻는 일은 따로 있고, 뒤쪽이 훨씬 오래 걸릴 수 있다. 코드 리뷰는 하루면 끝나는데 보안 심사는 한 분기를 잡아먹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나. AI가 물리 세계에서 결정을 내리는 영역이라면 더하다. "누가 책임지나"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모델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배포가 막힌다. 출시 일정을 짤 때 인증 경로를 기능 명세만큼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다.

정리

  • 국내 테슬라 23만8,968대 중 77.6%가 FSD를 못 쓴다(2026년 9월 말, 테슬라코리아 제출 자료). 모델Y는 약 89.6%가 제한된다.
  • 갈림길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생산지다. 미국산은 한미 FTA 특례로 미국 기준을 인정받고, 중국산은 국내 기준 검증이 필요하다.
  • 테슬라는 그 검증을 신청한 적이 없고, 정부도 검증 실적이나 계획이 없다.
  • 밑바닥에는 사고 책임을 누가 지느냐는 문제가 있다. 네덜란드는 승인한 뒤 매달 점검하는 방식을 택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