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나는 로드스터' 0.81초, 물리로 따져 봤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제목을 봤을 때 또 머스크식 쇼겠거니 했다. 그런데 숫자를 하나씩 두드려 보니 생각보다 따져 볼 게 많았다. 현지 시각 2026년 10월 15일 저녁(한국 시각 16일), 테슬라는 텍사스 맥그리거의 스페이스X 로켓 시험장에서 2세대 로드스터를 다시 공개했다. 2017년 첫 공개 뒤 9년 만이고, X로 생중계했다. 9년이면 신입이 시니어가 되고도 남는 시간이다. 그사이 차는 바퀴만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이번엔 압축 공기를 뿜어 차를 띄운다.
그래서 발표된 숫자를 간단한 물리로 확인해 보고, 개발자 입장에서 어디까지 믿어도 될지 정리해 봤다.
무엇을 보여 줬나
- 0→60마일(약 97km/h) 0.81초: 행사에서 나온 숫자다. 다만 화면에 실시간 타이머가 없었으니 따로 검증된 값은 아니다.
- 시연 네 가지: 뒤집힌 트랙에 붙어서 달리기, 점프한 뒤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잡고 착지하기, 주차된 차와 세미트럭 넘기, 제자리 공중제비. 시연 차에는 사람이 타지 않았다.
- 주행 성능: 테슬라는 옆으로 2g 넘게 버티며 코너를 돌고 최고 시속은 230마일 이상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무대에서 "마하 0.5, 아마 그 이상"이라고 고쳐 말했다.
- 생산은 2028년부터다. 가격은 발표하지 않았다. 예약금은 수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매체마다 숫자가 달라 여기서는 적지 않는다.
사양은 세 가지로 나뉜다.
| 사양 | 구성 | 0→60마일 목표 |
|---|---|---|
| 퍼포먼스 | 2인승, 추진기 없이 차 바닥 팬만 | 1.6초 미만 |
| 스러스트 | 한정판, 뒤쪽 추진기 4개 추가 | 0.9초 미만 |
| 로켓 | 초대받은 사람만 살 수 있는 1인승, "full flight system" | 0.59초 미만 |
숫자로 따져 보기: 0.81초는 몇 g인가
평균 가속도는 어렵지 않다. 속도 변화를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끝이다. 60마일/h는 약 26.82m/s다.
$$ \bar{a} = \frac{\Delta v}{t} = \frac{26.82\ \text{m/s}}{0.81\ \text{s}} \approx 33.1\ \text{m/s}^2 \approx 3.4\,g $$
내친김에 2017년 약속과 세 사양의 목표도 같은 식에 넣어 나란히 놓아 봤다. 아래는 계산 과정을 보여 주려고 쓴 예시 코드다.
# 예시: 0→60mph 시간으로 평균 가속도(g) 계산
V = 60 * 0.44704 # 60 mph → m/s (≈26.82)
G = 9.80665
cases = {
"2017년 약속 (2초)": 2.0,
"퍼포먼스 목표": 1.6,
"스러스트 목표": 0.9,
"행사 발표값": 0.81,
"로켓 목표": 0.59,
}
for name, t in cases.items():
a = V / t
print(f"{name:14s} {t:>5.2f}s {a:5.1f} m/s² {a/G:4.2f} g")
| 기준 | 시간 | 평균 가속도 | g |
|---|---|---|---|
| 2017년 약속 | 2.0초 | 13.4m/s² | 약 1.4g |
| 퍼포먼스 목표 | 1.6초 | 16.8m/s² | 약 1.7g |
| 스러스트 목표 | 0.9초 | 29.8m/s² | 약 3.0g |
| 행사 발표값 | 0.81초 | 33.1m/s² | 약 3.4g |
| 로켓 목표 | 0.59초 | 45.5m/s² | 약 4.6g |
표를 보면 금방 걸리는 데가 있다. 타이어로만 가속하면 낼 수 있는 가속도는 대략 '마찰계수 × g'에 묶인다. 마찰계수가 1 남짓이면 1g대 초반이다. 2017년 약속(약 1.4g)부터 이미 그 경계에 있었다. 그런데 바닥 팬만 쓰는 퍼포먼스가 1.7g를 노린다. 팬이 차를 바닥 쪽으로 빨아들이듯 눌러 타이어 접지력을 키운다고 보면 말이 된다. 3g를 넘는 스러스트와 로켓은 얘기가 다르다. 이건 접지력으로 버티는 숫자가 아니라 추진기가 차를 직접 밀어야 나오는 숫자다. 사양을 나눈 기준이 물리적으로 딱 맞아떨어진다.
원리: 로켓의 자세 제어 방식을 차에 달았다
좌석 뒤에는 158갤런(약 600L)짜리 탄소섬유 고압 탱크가 들어간다. 여기에 공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가 분사구 10개로 내뿜는다. 네 모서리 분사구는 위로, 앞 펜더 양쪽은 옆으로, 뒤쪽 4개는 앞으로 미는 방향이다. 뒤쪽 추력은 "80킬로뉴턴 이상"이라고 했고, 스페이스X와 함께 만들었다.
이런 장치를 냉가스 스러스터(cold gas thruster)라고 부른다. 연료를 태우지 않는다. 압축한 기체를 노즐로 내보내고 그 반작용으로 움직인다. 구조가 단순하고 켜고 끄는 게 즉각적이라 위성이나 로켓의 자세 제어에 많이 쓴다. 공중에서 자세를 바로잡고 내려앉은 시연은 이 장치가 제일 잘하는 일이다.
대신 효율이 낮다. 그래서 '난다'보다는 '짧게 뛴다'는 쪽에 가깝다고 본다. 거칠게 어림해 봤다. 아래 숫자는 모두 내가 정한 가정이고 테슬라가 밝힌 값이 아니다.
- 탱크 압력을 300bar, 온도를 300K로 잡는다. 이상기체로 보면 공기 밀도는 $\rho = P/(RT) \approx 3\times10^7/(287\times300) \approx 350\ \text{kg/m}^3$이다. 그러면 600L 탱크에 공기 약 210kg이 들어간다.
- 냉가스 스러스터의 비추력은 보통 수십 초다. 70초로 잡으면 80kN을 내는 데 필요한 질량 유량은
$$ \dot{m} = \frac{F}{I_{sp}\,g_0} = \frac{80{,}000}{70 \times 9.81} \approx 116\ \text{kg/s} $$
이 가정대로면 최대 추력으로 2초도 채 못 버틴다(210 ÷ 116 ≈ 1.8초). 비행이라기보다 힘껏 분 풍선을 손에서 놓은 쪽에 가깝다. 압력이 더 높거나 추력을 나눠 쓰면 조금 늘겠지만, 몇 분씩 떠 있는 비행과는 단위부터 다르다. 실제로는 출발 순간 가속, 점프와 착지 때 자세 제어, 코너에서 옆으로 밀어 주는 정도에 쓰일 것이다. 시연 장면도 전부 이 범위 안에 있었다.
내 생각: 개발자 눈으로 본 세 가지
1. 검증되지 않은 숫자는 '목표'로 읽는다. 0.81초는 타이머 없이 나온 값이고 시연은 무인이었다. 2017년의 "2초 미만, 620마일" 약속이 9년 동안 출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같이 떠올려야 한다. 데모와 출시 사이가 얼마나 먼지는 소프트웨어 일을 해 본 사람이면 다 안다. 데모 날에는 늘 잘 돌아간다. 데모니까. 머스크도 "success is not guaranteed"라고 하면서 "it will probably work"라고 덧붙였다.
2. 규제 공백이 더 큰 변수다. 테슬라 웹사이트에는 비행 모델이 일반 도로 주행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CBS에 이 차가 항공기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자동차 규제 기관이 맡을지, 아니면 아무도 안 맡을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기술보다 이 문제가 먼저 풀려야 2028년이 달력 위의 숫자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
3. 진짜 주인공은 제어 소프트웨어다. 분사구 10개를 밀리초 단위로 켰다 껐다 하면서 뒤집힌 차를 공중에서 바로 세우려면, 사실상 로켓 착지 알고리즘을 차로 옮겨 와야 한다. 스페이스X와 함께 만들었다는 대목이 그래서 무겁다. 한편 머스크는 로드스터가 장기적으로 "테슬라에서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유일한 차"가 될 거라고 했다. 자율주행을 그렇게 밀어 온 회사가 '운전하는 재미'를 상징하는 차 한 대는 따로 남겨 두겠다는 얘기다. 묘하게 낭만적이다.
투자 쪽 시각도 짚고 가자. Yorkville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생산량이 적어 매출을 바꾸지 못하니 성장 동력으로 보면 안 된다고 했다. 다만 브랜드 이미지를 되살렸고, 10월 21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기술력을 보여 준 행사라고 평가했다. 나도 딱 그 정도가 맞다고 본다. 2017년에 예약금을 낸 사람들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정리
- 테슬라가 2026-10-15(현지) 스페이스X 시험장에서 압축 공기 추진기를 단 2세대 로드스터를 다시 공개했다. 생산은 2028년부터이고 가격은 미정이다.
- 발표값 0.81초는 평균 약 3.4g다. 타이어 접지력만으로는 나오기 어렵고 추진기가 차를 직접 밀어야 나오는 숫자다. 다만 따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 냉가스 스러스터는 효율이 낮아 오래 나는 데는 맞지 않는다. 내 어림으로는 '짧게 뛰고 자세를 잡는' 장치에 가깝다.
- 규제 기관이 정해지지 않았고 2017년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금은 쇼 반, 기술 반으로 보고 2028년을 지켜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