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일 연속 하락한 열흘, 빚투 계좌에서 2,981억원이 강제로 팔렸다

코스피 7일 연속 하락한 열흘, 빚투 계좌에서 2,981억원이 강제로 팔렸다

지난 글 「코스피 7.57% 급락, 20년간 두 번뿐이던 투매를 숫자로」에서 코스피가 하루에 7.57% 떨어진 15일 이야기를 썼다. 그날 지수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정작 마음이 쓰였던 건 뉴스에 잘 나오지 않는 계좌들이었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산 계좌들이다. 지수가 빠지면 그런 계좌에서는 주인이 팔겠다고 하지 않아도 주식이 팔린다.

그 숫자가 나왔다.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 동안 빚투 계좌에서 강제로 팔린 주식이 3천억원 가까이 됐다.

무슨 일이 있었나

연합뉴스가 10월 17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추리면 이렇다.

  • 10월 6~15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합계 2,981억원이었다.
  • 날짜별로 보면 14일 893억원, 15일 805억원이었다. 이 두 날만 더해도 1,698억원이다. 열흘 합계의 약 57%가 이틀에 몰린 셈이다(내 계산).
  • 같은 기간 코스피는 7거래일 연속 떨어져 15일 5,554.22까지 내려갔다. 16일에야 8거래일 만에 반등해 5,668.05로 마감했다.
  • 투자자 예탁금은 10월 6일 101조486억원에서 15일 96조9,121억원으로 4.1% 줄었다.

그 사이 13일도 컸다. 이투데이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5.46% 내린 6,035.35로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10.09%, 삼성전자는 7.39% 떨어졌다. 반대매매는 593억5,000만원으로 7월 31일(1,220억1,000만원) 이후 가장 많았다. 미수금 가운데 반대매매로 이어진 비중도 5.6%였다. 하루 전인 12일 2.7%의 두 배가 넘는다.

반대매매는 어떻게 일어나나

반대매매는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했거나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치가 기준 아래로 내려갔을 때, 증권사가 투자자 동의 없이 주식을 팔아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것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돈을 지키는 장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내 계좌인데 내 손을 떠나는 순간이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게 '담보유지비율'이다. 이 비율은 증권사와 상품마다 다르다. 아래 계산은 원리를 보여 주려고 140%를 가정한 예시다.

내 돈 E에 빌린 돈 L을 더해 주식을 샀다고 하자. 주가가 d만큼 떨어지면 담보비율은 이렇게 된다.

담보비율 = (E + L) × (1 − d) ÷ L

이 값이 유지비율 r에 닿는 하락률은 다음과 같다.

기준선에 닿는 하락률 = 1 − r × L ÷ (E + L)

내 돈 빌린 돈 처음 산 주식 유지비율(가정) 기준선에 닿는 하락률
1,000만원 500만원 1,500만원 140% 약 53%
1,000만원 1,000만원 2,000만원 140% 30%
1,000만원 1,500만원 2,500만원 140% 16%

내 돈과 빌린 돈이 같으면 주가가 30% 떨어질 때 기준선에 닿는다. 빌린 돈이 내 돈의 1.5배면 16%만 떨어져도 닿는다. 내 계산으로 코스피는 9월 23일 고점 7,080.92에서 10월 15일 5,554.22까지 약 21.6% 떨어졌다. 지수가 이만큼 빠졌으면 개별 종목 중에는 훨씬 더 떨어진 것도 많았을 것이다. 빚을 많이 낸 계좌라면 이미 기준선 아래로 내려갔을 수 있다.

진짜 무서운 건 이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1. 주가가 떨어진다.
  2. 담보 가치가 기준 아래로 내려간다.
  3. 추가 담보를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투자자 동의 없이 주식을 판다.
  4. 그 매도 물량 때문에 주가가 더 떨어진다.
  5. 다른 계좌도 기준선에 닿는다. 다시 1로 돌아간다.

개발자 눈에는 종료 조건 없는 루프처럼 보인다. 멈추는 건 누군가 밖에서 사 줄 때뿐이다. 뉴스핌도 반대매매 물량이 주가를 더 끌어내리고 다시 담보 부족 계좌를 늘리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14일과 15일에 반대매매가 몰린 것도 13일 급락 뒤에 이 고리가 한 바퀴 돌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떨어질 때 빚을 더 냈다

이번 숫자 중에서 제일 놀란 대목이다. 뉴스핌에 따르면 코스피가 9월 23일 고점 7,080.92에서 10월 8일 6,625.93으로 6.43% 떨어지는 동안,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오히려 7,971억원(3.12%) 늘었다. 싸졌을 때 사 두려고 빚을 더 낸 것이다.

기간을 늘려 보면 더 크다.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는 8월 3일 21조6,140억원에서 10월 8일 26조3,241억원으로, 두 달 사이 4조7,100억원(21.79%) 불었다. 이투데이가 전한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2일 34조2,887억원으로 7월 15일(34조3,701억원) 이후 가장 많았고, 13일에도 34조2,529억원이었다.

13일 오후 2시 38분 기준으로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1,464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4조1,71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받았고, 그중 일부는 빌린 돈으로 받았을 것이다.

SK증권 조준기 연구원은 8월 말에 이렇게 경고했다. "예탁금 감소와 신용융자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시장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바뀔 경우 매도 압력이 이전보다 강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뉴스핌 인용). 두 달도 안 돼 그 말 그대로 됐다.

돈은 어디로 갔나

국내 주식에서 빠진 돈의 행방도 연합뉴스 기사에 나온다.

어디로 기간 금액
투자자 예탁금 10/6 → 10/15 −4조1,365억원(−4.1%)
개인 국내 채권 순매수 10/1~16 1조1,617억원
국내 투자자 미국 채권 순매수 10/1~15 12억1천만달러(약 1조6,132억원)
미국 주식 순매수 10월 35억달러(약 4조7,201억원), 전월의 3.5배
SOXL(미국 반도체 3배 ETF) 순매수 지난 한 주 26억13만달러(약 3조4,659억원)

개인이 9월 한 달 동안 국내 채권을 4조225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2024년 4월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채권 순매수도 7월부터 넉 달째 이어지고 있다. 안전한 쪽으로 옮겨 가는 돈은 분명히 있다.

반대로 가는 돈도 있다. 서학개미가 지난 한 주 가장 많이 산 종목은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SOXL이었다. 2위는 국내 증시를 3배로 따라가는 ETF '코루', 3위는 아이온큐였다. 한쪽은 몸을 사리고, 다른 한쪽은 빚 대신 상품 구조로 레버리지를 키우고 있다. 같은 하락장을 보고 정반대로 움직이는 셈이다.

내 생각: 개인 투자자로서 볼 지점

첫째, 레버리지는 하락률을 바꾸는 게 아니라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바꾼다. 현금으로 산 주식은 30% 떨어져도 기다릴 수 있다. 빚으로 산 주식은 기준선에 닿는 순간 기다릴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16일 반등을 지켜본 사람과 15일에 강제로 팔린 사람의 차이가 바로 여기서 갈린다.

둘째, 3배 ETF는 빚이 없어도 하락장에서 손실이 커진다. 지수가 10% 떨어졌다가 11.1% 오르면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하루 수익률의 3배를 따르는 상품이 같은 이틀을 겪으면 어떻게 될까. 단순하게 계산하면 이렇다.

(1 − 0.30) × (1 + 0.333) ≈ 0.933

지수는 제자리인데 상품은 약 6.7% 손실이다(수수료와 비용을 뺀 단순 예시). 오르내림이 클수록 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셋째, 시장 전체의 빚을 하나의 지표로 본다. 신용융자 잔고가 늘고 예탁금이 줄면 다음 하락에서 강제로 쏟아질 매도 물량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이 두 숫자를 매주 확인하려고 한다.

내 원칙은 단순하다. 자산의 중심(코어)은 지수형으로 오래 들고 가고, 변동이 큰 자산(위성)은 비중을 작게 잡아 조절한다. 연합뉴스 기사 속 하나증권 박성진 연구원의 조언도 같은 코어 · 위성 구조였다. 그리고 빌린 돈으로는 언제 팔지를 내가 정할 수 없다. 이번 열흘이 그걸 다시 보여 줬다.

정리

  • 10월 615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는 2,981억원이었다. 1415일에만 1,698억원이 몰렸다.
  • 코스피가 고점에서 6.43% 떨어지는 동안에도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는 7,971억원 늘었다. 그 빚이 이번 급락에서 강제 매도로 돌아왔다.
  • 예탁금은 4.1% 줄었다. 돈은 국내외 채권으로 옮겨 가는 한편, SOXL 같은 3배 ETF에도 몰리고 있다.
  • 반대매매가 시작되는 하락률은 빌린 비중과 증권사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내 계좌의 기준은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정보 공유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