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331.4원, 2년 만에 최저인 이유

원/달러 1,331.4원, 2년 만에 최저인 이유

전날 코스피는 7%대 폭락했고, 외국인은 8거래일 내리 주식을 팔았고, 미국 물가는 다시 뛰었다. 이런 분위기면 보통 원화가 약해진다. 그런데 10월 16일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마감했다. 원화가 오히려 강해진 것이다. 테스트는 줄줄이 빨간불인데 빌드만 초록불로 통과한 꼴이라, 처음 숫자를 보고 나도 잠깐 멈칫했다. 그래서 그날 하루의 흐름과 석 달짜리 큰 흐름을 나눠서 정리해 봤다.

무슨 일이 있었나

연합뉴스에 따르면 10월 16일 오후 3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31.4원이다. 전날보다 13.2원 내렸다(이투데이 기준 -0.98%). 장중에는 1,331.0원까지 떨어졌다. 10월 12일에 세운 연저점 1,332.0원을 4거래일 만에 다시 갈아 치운 셈이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숫자 두 개를 먼저 갈라 두자.

구분 10/16 이보다 낮았던 마지막 날 (2024-10-02)
종가(오후 3시30분) 1,331.4원 1,319.3원
장중 저점 1,331.0원 1,317.1원

종가로 봐도, 장중 저점으로 봐도 2024년 10월 2일 이후 가장 낮다. 하루 하락 폭은 9월 22일(-22.8원) 이후 가장 컸다고 이투데이가 전했다.

같은 날 코스피는 2.05% 오른 5,668.05로 마감했다. 7거래일 내리 빠지다가 8거래일 만에 처음 반등한 것이다. 외국인도 9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연합뉴스 집계 3,413억원).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44.09원으로 7.51원 내렸다.

왜 움직였나 ① 하루 흐름: 오전엔 오르고, 오후엔 내렸다

이날 환율은 1,340.0원으로 출발해 오전 10시21분께 1,348.0원까지 올랐다. 오전에 오른 데는 이유가 있었다.

  • 미국 노동부가 10월 15일(현지시간) 발표한 9월 생산자물가(PPI)는 전월보다 1.3% 올랐다.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상승이다.
  • 국제유가(WTI 11월물)는 3.03% 오른 배럴당 97.97달러였다. 6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물가가 뛰면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고, 그러면 달러가 강해진다. 오전 시장은 딱 교과서대로 움직였다.

분위기가 뒤집힌 건 오후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방콕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10월 27~28일 FOMC 결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올해 남은 회의에서 무엇을 할지 지금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연합뉴스)

추가 인상을 입에 올리지 않은 것이다. 이투데이는 이 발언이 추가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비둘기파 신호로 읽혔다고 전했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한 달러 가치)는 낮 12시55분께 101.813까지 내려갔다. 장 후반에는 수출기업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나왔고, 막판에는 외국인 커스터디(수탁) 쪽 달러 매도까지 몰렸다. 결국 환율은 오후 3시29분께 1,331.0원까지 밀렸다.

한 줄로 줄이면, 고점 1,348.0원에서 저점 1,331.0원까지 하루 만에 17원이 움직였다.

왜 움직였나 ② 큰 흐름: 수출로 번 달러가 이제 시장에 나온다

하루치 뉴스만으로는 2년 만의 최저를 다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경제(10월 12일) 분석에 따르면 6월 말 환율은 1,549.4원이었다. 3분기 말 환율은 1,352.8원으로 6월 말보다 12.7% 낮았다. 분기 말 기준으로는 1998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그 밑바닥에는 반도체 수출이 깔려 있다. 같은 기사가 인용한 한국은행 집계로 8월 경상수지는 461억1,000만달러 흑자였다. 이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가 468억1,000만달러(수출 1,048억달러, 수입 579억9,000만달러)다.

진짜 포인트는 수출기업의 태도 변화다. 예전에는 환율이 더 오를 거라 보고 번 달러를 금고에 쥐고 있었다. 최근에는 그 달러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수출기업들이 달러 매도로 돌아서면서 국내 외환시장으로 달러가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한국경제).

반대 방향으로 미는 힘도 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판 돈을 달러로 바꿔 나가면 환율은 오른다. 10월 7일 하루에만 외국인 순매도가 약 2조6,000억원이었다. 그런데도 환율은 내려갔다. 빠져나간 달러보다 수출로 들어온 달러가 그만큼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숫자로 보기

6월 말 1,549.4원에서 10월 16일 1,331.4원까지, 계산해 보면 이렇다.

(1,331.4 − 1,549.4) ÷ 1,549.4 ≈ −14.1%

퍼센트만 보면 감이 잘 안 온다. 같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얼마나 달라지는지 표로 놓아 보자.

달러 금액 6월 말 (1,549.4원) 10/16 (1,331.4원) 차이
1,000달러 1,549,400원 1,331,400원 -218,000원
10,000달러 15,494,000원 13,314,000원 -2,180,000원

해외여행이나 직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물건을 약 14% 싸게 사는 셈이다. 미국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은 사정이 반대다. 달러 주가가 그대로여도 원화 평가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내 생각: 개인 투자자로서 볼 지점

개발자 중에는 미국 주식이나 달러 자산을 가진 사람이 꽤 많다. 그러니 이 소식은 남의 집 얘기가 아니다. 내가 눈여겨보는 지점은 세 가지다.

  1. 수익률을 두 겹으로 본다. 해외 자산의 원화 수익률은 대략 (1 + 자산 수익률) × (1 + 환율 변화율) − 1이다. 주가가 10% 올라도 환율이 14% 내리면 원화 기준으로는 약 -5.4%다. 계좌의 원화 숫자만 들여다보면 주가 때문인지 환율 때문인지 헷갈리기 쉽다.
  2. 다음 변수는 FOMC와 수급이다. 10월 2728일 FOMC에서 워시 의장이 실제로 무엇을 할지가 먼저다. 외국인이 주식을 계속 살지, 수출기업이 달러를 계속 팔지도 함께 봐야 한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다음 주 범위를 1,3201,360원으로 봤다(이투데이).
  3. 방향을 맞히려 하지 않는다. 하루에 17원이 오르내리는 시장이다. 바닥이 언제인지 맞히려 애쓰기보다 나눠서 환전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달러가 필요한 시점이 정해져 있다면 더욱 그렇다.

정리

  • 10/16 원/달러 종가는 1,331.4원(-13.2원)이다. 장중 저점 1,331.0원과 함께 2024년 10월 이후 최저다.
  • 오전에는 미국 PPI와 유가 때문에 1,348.0원까지 올랐다. 오후에는 워시 의장의 발언, 달러 약세, 수출 네고, 커스터디 매도가 겹치며 내렸다.
  • 큰 흐름으로 보면, 반도체 수출로 번 달러를 기업들이 팔기 시작한 것이 원화 강세의 바탕이다.
  • 다음에 볼 것은 10/27~28 FOMC와 외국인 수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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