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2조 달러와 10년물 5.19%, 미국의 두 숙제

솔직히 말하면, 나는 국채 금리를 볼 때마다 "언젠가 내려가겠지" 하고 넘겼다. 기다리면 고쳐질 거라 믿고 이슈 트래커에 묵혀 둔 버그처럼 말이다. 그런데 2026년 10월 14일(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19% 로 장을 마쳤다. 그보다 엿새 앞선 10월 8일, 의회예산처(CBO)는 2026회계연도 적자가 2.0조 달러 였다고 발표했다. 하나는 시장에서, 하나는 정부 장부에서 나온 숫자다. 출처는 다르지만 따로 떼어 볼 숫자가 아니다. 둘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 차례로 풀어 본다.
무슨 일이 있었나
10월 8일: CBO가 2026회계연도(9월 30일 종료) 결산 추정치를 냈다. 적자는 2.0조 달러였다. 2025회계연도(1.8조)보다 2,180억 달러 많고, CBO가 처음 내놓은 전망(1.9조)보다도 1,400억 달러 많다.
10월 14일: 10년물 국채금리가 5.19%로 마감했다. 2월 말보다 123bp 높다. 거꾸로 계산하면 2월 말에는 4% 안팎이었다는 얘기다.
같은 시기: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는 약 7.5%다. Redfin 집계로 9월 주택 매매 계약(pending)은 4% 줄었다. 3년 만에 가장 큰 월간 감소다.
하나 짚고 갈 것이 있다. CNBC 기사 뒷부분에는 "지금 10년물이 5.3%"라는 문장도 나온다. 날짜가 붙은 앞의 5.19%와 숫자가 다르다. 이 글은 5.19%(10/14 종가)를 기준으로 삼고, 5.3%는 기사를 쓴 시점의 수치로만 본다.
명목 금액으로는 이번 적자가 역대 세 번째로 크다. 이보다 컸던 해는 코로나 시기인 2020회계연도(3.1조)와 2021회계연도(2.8조)뿐이다. 팬데믹이라는 핑계가 있던 두 해를 빼면 맨 위다. CRFB의 마야 맥기니스 회장은 이번 적자를 두고 전쟁이나 경기침체가 없는 시기로는 "역대 최고"라고 평가했다.
왜 금리가 올랐나: 세 갈래
CNBC 분석을 따라가 보면 10년물 금리를 끌어올린 힘은 세 가지다.
전쟁과 유가: 2월 28일 이란과 전쟁이 시작된 뒤 유가와 경유값이 올랐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가격에 넣기 시작했다.
국채 공급: 적자가 이 정도면 재무부는 국채를 계속 찍어야 한다. 앞으로도 국채가 쏟아질 거라는 예상만으로 금리가 밀려 올라간다.
AI 회사채와의 자금 경쟁: AI 인프라를 짓느라 기업들이 회사채를 수천억 달러어치 발행하고 있다. 채권으로 들어올 돈은 한정돼 있는데, 국채와 회사채가 그 돈을 놓고 다투는 셈이다.
개발자인 나한테 가장 와닿은 건 3번이다. 데이터센터와 GPU에 들어가는 돈이 채권시장을 한 바퀴 돌아 결국 내 대출 금리까지 건드린다는 뜻이니까.
숫자로 보기
적자의 구성
항목2026회계연도전년 대비지출7.4조 달러+3,860억 (+6%)세수5.4조 달러+1,690억 (+3%)적자2.0조 달러+2,180억
$$ \text{적자} = 7.4 - 5.4 = 2.0\ (\text{조 달러}) $$
지출이 세수보다 두 배 빠르게 늘었다. 적자는 GDP의 약 6.2%로 전년(5.8%)보다 높다. CNBC는 6.0~6.2%로 추정했다.
이자가 적자를 키운다
국채 이자 지출은 1년 사이 1,150억 달러(11%) 늘었다. 부채가 불어난 데다 장기금리까지 올랐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 숫자를 적자 증가분 옆에 나란히 놓아 봤다.
$$ \frac{1{,}150}{2{,}180} \approx 0.53 $$
이자 증가분 하나만으로 적자 증가분의 절반을 넘는 크기 다. 순이자는 이제 사회보장 다음으로 큰 지출 항목이 됐다. 민간이 보유한 연방 부채는 32.4조 달러로 GDP의 약 100%에 이르고, CNBC 기준 전체 부채는 올해 40조 달러를 넘었다.
금리 민감도
CBO는 앞으로 10년 동안 10년물 평균을 4.3%로 잡았다. 실제 금리가 이보다 높게 버티면 어떻게 될까. CBO 추정은 아래와 같다.
금리가 전망보다10년 누적 적자 증가+0.5%p+1.9조 달러+1.5%p+6조 달러
10월 14일 종가 5.19%는 4.3%보다 약 0.9%p 높다. 딱 표의 두 경우 사이에 서 있다.
악순환 고리
금리 상승 → 이자 지출 증가 → 적자 확대 → 국채 발행 증가 → 금리 상승 → …
코드로 치면 종료 조건 없는 재귀 함수다. 스택이 언제 넘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고리를 끊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지출을 줄이거나, 세수를 늘리거나, 성장률을 높이거나.
"성장으로 빠져나간다"는 말과 7.2%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트럼프 임기 말까지 적자를 GDP 4% 아래로 내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법으로 내건 것은 성장이다. 그런데 CRFB 계산으로는 성장만으로 재정 균형을 맞추려면 10년 동안 연 7.2% 씩 성장해야 한다. 최근 성적표를 보자. 2분기 GDP 성장률(연율)은 1.5%에서 2.2%로 상향 수정됐다. 나아진 건 맞다. 하지만 7.2%까지는 한참 남았다. CNBC가 4% 목표를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도 그래서다.
정치 일정도 변수다. 11월 3일 중간선거 뒤 의회가 여야로 갈릴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의미 있는 적자 감축 합의는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 생각: 개인 투자자로서 볼 지점
1. 10년물은 내 대출 금리의 기준이다. 미국 모기지 금리는 10년물을 따라 움직인다. 10년물이 5%를 넘자 모기지는 7.5%가 됐고, 매매 계약은 3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한국 금리도 미국 장기금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나는 대출 갈아타기를 고민할 때 기준금리 뉴스보다 미국 10년물부터 연다.
2. 비싼 돈과 위기는 다르다. CNBC의 결론을 내 말로 옮기면 이렇다. 돈 빌리는 비용이 비싸진 건 맞지만, 그것만으로 당장 위기가 터지지는 않는다. 다만 비싼 금리가 오래 가면 위 표처럼 적자가 조 단위로 쌓인다. 겁먹고 사고팔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금리는 곧 내려간다"는 가정 하나에 계획을 걸어 두는 것도 위험하다.
3. AI 투자 사이클과 채권시장. AI 인프라용 회사채 발행이 계속 늘면 국채와의 자금 다툼도 계속된다. 그래서 AI 관련 자산을 볼 때 실적만 보지 않고 자금 조달 비용 까지 같이 따지게 됐다. 금리가 높을수록 빚으로 짓는 설비투자는 무거워진다.
4. 달력에 적어 둘 것. 유가(전쟁 흐름), 11월 3일 중간선거, 매달 나오는 CBO 월간 재정 보고서. 10년물이 어느 쪽으로 갈지는 이 세 가지가 가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리
2026회계연도 미국 적자는 2.0조 달러(GDP 약 6.2%)로, 전쟁이나 침체가 없는 시기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10년물은 10월 14일 5.19%로 2월 말보다 123bp 올랐다. 유가, 국채 공급, AI 회사채가 함께 밀어 올렸다.
이자 지출 증가분(1,150억 달러)이 적자 증가분(2,180억 달러)의 절반을 넘는다. 금리와 적자가 서로를 키우는 고리는 이미 돌고 있다.
성장만으로 빠져나가려면 연 7.2% 성장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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