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커버드콜의 유혹

커버드콜의 유혹

들어가며

코어를 다 세워놓고도, 나는 한동안 앱의 한 상품 앞을 서성였다.

"○○ 미국배당 커버드콜 ETF — 월배당, 연 분배율 12%"

연 12%. 매달 또박또박. 내 코어 ETF의 분기 배당이 1~2%인 것에 비하면 눈이 번쩍 뜨이는 숫자였다. 솔직히 마음이 동했다. "이걸로 일부 갈아타면 매달 현금이 쏟아지는 거 아냐?" 손가락이 매수 버튼 근처까지 갔다.

그런데 코인에서 비싸게 배운 격언 하나가 나를 멈춰 세웠다. 금융에 공짜 점심은 없다. 저렇게 높은 분배율 뒤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을 터였다. 그래서 사기 전에 뜯어보기로 했다. 이 글은 그 "멈춰 서서 뜯어본" 기록이다 — 저 연 12%가 실제로 어디서 나오는지, 그리고 그게 축적기인 나에게 약인지 독인지.


1. 커버드콜이란 무엇인가

먼저 정체부터 파악해야 했다. 커버드콜(covered call)은 두 개의 포지션을 묶은 전략이었다.

  • ① 기초자산 보유 (Covered) — 예: S&P500, 나스닥100 지수를 실제로 들고 있음
  • +
  • ② 콜옵션 매도 (Call) — 그 자산을 "정해진 가격에 살 권리"를 남에게 팔고, 그 대가로 프리미엄(현금)을 받음

콜옵션을 판다는 건, "주가가 행사가(strike price) 위로 오르면 그 가격에 너에게 팔게"라는 약속을 하고 그 대가로 지금 현금(프리미엄)을 받는 것이다. 이 프리미엄이 바로 매달 분배되는 재원이었다.

즉 커버드콜 ETF의 "배당"은 기업이 벌어 나눠주는 진짜 배당이 아니라, 옵션을 팔아서 번 프리미엄이었다. 출처가 완전히 다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이미 "이건 내가 생각하던 배당이 아니구나" 싶었다.


2. 그래서 무엇을 포기하는가 — 상한 비용

콜옵션을 팔았다는 건, 주가가 크게 오르면 그 초과 상승분을 옵션 매수자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림으로 그려보고 나서야 그 대가가 또렷이 보였다.

주가가 크게 오를 때:

구분 일반 보유 (그냥 지수 ETF) 커버드콜
수익 곡선 주가 상승을 그대로 따라 우상향 일정 수준에서 천장(cap)에 막힘
결과 상승을 그대로 누림 일정 수준 위로는 못 먹음

상승장에서 커버드콜은 수익에 천장이 생긴다. 받은 프리미엄만큼은 벌지만, 그 이상으로 주가가 폭등하면 일반 보유자가 누리는 큰 수익을 포기하게 된다. 2편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상승 복리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반대로 하락장에서는? 받은 프리미엄이 약간의 완충 역할을 하지만, 그뿐이다. 주가가 크게 빠지면 커버드콜도 같이 크게 빠진다. 하락은 거의 그대로 맞고, 상승은 제한된다. 이게 커버드콜의 본질적 트레이드오프였다.

국면 일반 지수 ETF 커버드콜 ETF
횡보장 수익 거의 없음 프리미엄만큼 이득 (가장 유리)
완만한 상승 상승분 획득 상승 일부 + 프리미엄
급등장 상승 전부 획득 천장에 막힘 (크게 불리)
하락장 하락 그대로 하락 − 약간의 프리미엄 완충

커버드콜이 가장 빛나는 건 변동성은 있으나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횡보장이었다. 반대로 장기 우상향하는 시장에서 오래 들고 가면, 포기한 상승분이 쌓여 단순 보유보다 총수익이 뒤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장기 우상향에 베팅하는 내 코어 철학과는 결이 안 맞았다.


3. 가장 위험한 함정 — ROC(자본의 배당화)

여기서 나는 가장 크게 놀랐다. 초보자가 가장 속기 쉬운 지점이자, 하마터면 나도 속을 뻔한 부분. 일부 커버드콜 상품은 높은 분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환원(ROC, Return of Capital) 을 분배금에 섞는다.

ROC가 뭐냐면 — 당신이 받는 "배당"의 일부가, 사실은 당신이 넣은 원금을 도로 돌려주는 것이다.

겉보기 분배율 12%의 실체 (가상의 예):

구성 비중 비고
옵션 프리미엄 (진짜 수익) 7%
자본환원 ROC (내 원금 반환) 5% 이건 수익이 아니다!
합계 "분배율" 12% 로 광고됨

내 원금을 꺼내 나에게 돌려주면서 "분배"라고 부르면, 분배율 숫자는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 자산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왼쪽 주머니의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며 "배당 받았다"고 착각하는 셈. 나는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 등골이 서늘했다. 하마터면 내 원금을 돌려받으며 "월배당 잘 나온다"고 좋아할 뻔했으니까.

높은 분배율 = 좋은 상품이 절대 아니다. 그 분배가 어디서 나오는지 — 옵션 프리미엄인지, 아니면 내 원금을 깎아 만든 것인지 — 상품의 분배 내역(distribution breakdown) 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나는 이걸 매수 전 필수 점검 항목으로 박아뒀다.

장기적으로 ROC 비중이 큰 상품은 분배금을 줄 때마다 기준가(NAV)가 깎여, 원금이 서서히 녹는다. 그러면 인출기 투자자에게조차 "안정적 현금흐름"이라는 약속이 무너진다.


4. 그렇다면 커버드콜은 누구의 도구인가

결국 나는 1편의 틀로 돌아갔다. 모으는 사람인가, 쓰는 사람인가.

구분 축적기 (모으는 사람 = 지금의 나) 인출기 (쓰는 사람)
현금흐름 불필요 현금흐름이 곧 생활비
우선순위 상승 복리가 최대 무기 상승보다 안정이 중요
세금 세금 이연이 유리 자산 인출 자체가 목적
→ 결론 커버드콜 = 독 — 상승 잘라먹고, 세금 앞당기고, ROC면 원금까지 녹는다 커버드콜 = 약(이 될 수 있음) — 변동성을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본래 용도에 부합

커버드콜은 "변동성을 현금흐름으로 바꾸는 도구" 다. 다시 말해 쓰는 사람의 도구다. 매달 현금이 필요한 은퇴자, 혹은 횡보장이 확실시되는 특수 국면에서 의미를 가진다.

반면 축적기인 나에게는 세 가지 손해가 겹쳤다.

  1. 상승 복리를 잘라먹는다 — 축적기 최대 무기를 스스로 포기
  2. 세금을 앞당긴다 — 매달 분배금에 15.4% 과세, 내부 복리의 이연 효과 상실 (2편 참고)
  3. ROC면 원금까지 녹는다 — 겉보기 분배율에 속아 자산이 줄어듦

그래서 나는 매수 버튼에서 손을 뗐다. 지금은 내 도구가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5. "그래도 일부는 넣고 싶다면"

물론 누군가는 그럼에도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하고 싶을 수 있다. 미래의 나일 수도 있고. 그런 경우를 위해, 내가 정리해둔 최소 점검 목록을 남긴다.

  • 분배의 출처 확인 — 옵션 프리미엄 위주인가, ROC가 큰가?
  • 기초자산이 우량한가 — 변동성 큰 테마보다 S&P500 등 광범위 지수 기반
  • 콜 매도 방식 — 전량 매도(상승 거의 포기) vs 부분 매도(상승 일부 참여)
  • 이미 배당 슬리브가 있는가 — 고배당 ETF와 역할이 중복되지 않는가
  • 비중은 작게 — 코어가 아니라 위성(satellite)으로만
  • 계좌 — 분배 과세를 줄이려면 ISA 안에서

특히 콜 매도 방식은 갈림길이다. 기초자산 100%에 콜을 파는 "전량 매도형"은 분배율이 높지만 상승을 거의 포기한다. 일부에만 파는 "부분 매도형"은 분배율이 낮은 대신 상승에 일부 참여한다. 같은 "커버드콜"이라도 성격이 꽤 다르므로, 분배율 숫자만 보고 고르면 안 된다. 나는 이 차이를 모르고 숫자만 컸던 상품에 끌렸던 거였다.


정리

커버드콜의 "고배당"은 기업 이익이 아니라 옵션 프리미엄(+때로는 내 원금)이다. 상승을 천장으로 막고 세금을 앞당기는 이 구조는, 모으는 사람에겐 독이고 쓰는 사람에게만 약이 될 수 있다. 나는 모으는 사람이라, 멈췄다.

  • 커버드콜 분배 = 옵션 프리미엄 (진짜 배당 아님)
  • 상승에 천장이 생긴다 (급등장에서 크게 불리)
  • 하락은 거의 그대로 맞는다 (프리미엄은 작은 완충일 뿐)
  • ROC 함정: 높은 분배율이 내 원금을 깎은 것일 수 있다
  • 축적기엔 독, 인출기·횡보장엔 약 — 국면이 결정한다
  • 넣더라도 코어가 아닌 위성으로, 분배 출처 확인 필수

여기까지가 1부, 내가 다시 배운 투자의 원리다. 모으는 국면을 알고, 복리를 이해하고, ETF로 코어를 짜고, 화려한 상품의 함정을 분별하는 법. 이걸 정리하고 나니, 한 가지 욕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ETF 코어 바깥의 개별 종목까지 손을 뻗고 싶어진 것이다.

그런데 개별주를 제대로 고르려면 수백 개 기업을 일일이 분석해야 한다.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그 작업을, 나는 시스템에게 맡기기로 했다. 2부에서는 내가 만든 주식 큐레이팅 시스템을 처음부터 해부한다. 코인 자동매매를 만들던 그 손으로, 이번엔 주식을 골라주는 기계를 만든 이야기다.


이 글은 투자 참고용이며,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